캐디 타구사고 책임, 캐디는 골프장의 안전관리자인가?

골프장에서 발생한 타구사고와 관련해 캐디에게 형사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에 있던 30대 여성 골퍼가 동반자의 티샷에 눈을 맞아 실명한 사고와 관련해,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캐디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당시 골프장 안전매뉴얼에 따라 고객들을 카트에서 내리게 하고 타구자의 후방에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점 등을 캐디의 과실로 판단했다.

이후 같은 사건에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찰은 캐디뿐 아니라 골프장 경영진과 실제로 공을 친 골퍼에게도 과실이 있었는지를 다시 살피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최초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는 캐디만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캐디는 골프장의 안전관리자인가?

캐디에게 안전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

먼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캐디에게 안전과 관련된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 팀이 아직 사정거리에 있는데 플레이를 진행시켜서는 안 되고, 타구 방향에 사람이 있다면 기다리도록 안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위험한 상황을 먼저 발견했다면 고객에게 알려주는 것도 캐디가 현장에서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캐디 역시 골프장에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인 만큼 자신이 발견할 수 있는 위험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다른 질문이 시작된다.

안전에 주의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골프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본래 캐디는 어떤 역할인가

R&A의 공식 골프규칙 Rule 10.3은 캐디를 플레이어의 클럽을 운반하고, 조언을 제공하며, 라운드 중 허용되는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캐디의 행동에 대해 규칙상 책임을 진다는 구조를 두고 있다.

즉 골프규칙에서 캐디의 기본적인 위치는 플레이어의 경기를 돕는 사람이다.

골프장 전체의 시설안전을 책임지고, 모든 이용자의 행동과 동선을 통제하는 안전관리자로 정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하우스캐디가 실제로 수행하는 역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명의 캐디가 네 명의 고객을 담당하면서 클럽과 거리 안내뿐 아니라 카트 운행, 경기 진행, 앞뒤 팀 간격, 고객 이동, 타구 순서, 위험지역 확인 등 상당히 넓은 범위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보조와 골프장 운영의 경계가 상당히 흐려졌다.

한국 하우스캐디에게 추가된 역할들

한국 골프장에서 캐디가 하는 일을 하나씩 적어보면 꽤 많다.

클럽을 준비하고, 거리를 알려주고, 공을 찾고, 그린을 읽는다.

여기에 카트를 운행하고, 앞뒤 팀 간격을 확인하고, 플레이 속도를 관리하고, 고객에게 이동을 요청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타구를 기다리도록 안내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은 전통적인 캐디 업무에 가까운 반면, 어떤 것은 한국 골프장의 운영방식 속에서 캐디에게 추가되어온 역할에 가깝다.

특히 경기 진행과 현장 안전관리는 한국식 1인 4객 하우스캐디 시스템 속에서 상당히 커진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긴다.

역할이 확대됐다면 권한과 보호도 함께 확대됐는가.

책임이 있다면 통제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

안전을 관리하려면 위험을 만들어내는 조건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캐디는 티오프 간격을 결정하지 못한다.

홀의 위험한 구조를 바꿀 수도 없다.

안전망이나 보호시설을 설치할 수도 없고, 카트도로의 위치를 변경할 수도 없다.

골프장의 경기운영 정책을 결정할 권한 역시 없다.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주세요”, “뒤로 이동해주세요”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만, 고객이 이를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캐디가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강제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캐디에게 이런 질문이 향하기 쉽다.

왜 고객을 이동시키지 않았는가. 왜 타구를 중지시키지 않았는가. 왜 사고를 막지 못했는가.

물론 구체적인 사고에서 캐디 개인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통제할 권한은 제한되어 있으면서 사고 예방의 책임은 크게 요구되는 구조가 적절한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도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은 체육시설업을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는 업으로 정의하고, 체육시설업자를 그 시설의 운영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행규칙과 안전관리 체계에서는 체육시설 운영 과정에서 안전시설과 관리시설, 안전교육 등을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장 타구사고를 바라볼 때도 캐디 한 사람의 행동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구조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공을 친 골퍼는 주변 사람이 안전한 위치에 있는지 확인했는가.

골프장은 티잉구역과 카트의 위치를 안전하게 설계했는가.

위험한 동선이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시설은 충분했는가.

경기 진행 정책은 사고 가능성을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는가.

캐디에게 안전 관련 역할을 맡겼다면 그에 필요한 교육과 권한, 보험과 보호는 충분했는가.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각각의 주체에게 책임은 어떻게 나누어져야 하는가.

앞서 소개한 원주 사고에서도 검찰이 이후 골프장 경영진과 타구자의 과실 여부를 다시 살피게 된 것은, 결국 사고 원인을 캐디 한 사람에게만 한정해 볼 수 있는지를 다시 검토하게 됐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언제부터 캐디는 안전관리자가 되었을까

나는 이런 사건을 접할 때 판결 하나가 옳으냐 그르냐를 넘어 더 큰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의 하우스캐디에게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역할이 주어졌을까.

경기보조. 서비스. 경기진행. 카트운행. 고객관리. 그리고 안전관리.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현장업무가 하나씩 캐디에게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캐디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역할의 확대만 이야기해서는 부족하다.

직업적 권한과 교육, 보험, 법적 보호, 사고 발생 시 책임의 분담도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골프장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위험을 결국 캐디 개인의 주의력과 순발력으로 막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캐디의 책임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타구사고에서 캐디에게 아무 책임도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명백한 위험을 알고도 무시했다거나, 맡은 범위 안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책임을 따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가능해야 한다.

캐디 개인의 과실을 판단하는 것과 골프장 안전 시스템의 책임을 묻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캐디에게 어디까지 안전관리 업무를 요구할 것인지 직업의 경계를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골프장은 사고가 날 때마다 캐디 한 사람의 순발력으로 위험을 막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시설과 동선, 티오프 간격과 경기운영, 안전교육과 책임체계가 먼저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그 안에서 캐디도 자신에게 주어진 범위만큼 안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캐디에게 어디까지 안전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한 사건에서 캐디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묻는 문제를 넘어선다.

어쩌면 이것은 한국 골프장이 지금까지 캐디라는 직업에게 어떤 역할을 더해왔고, 그 역할에 걸맞은 권한과 보호까지 함께 주었는지를 다시 묻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아테나 캐디

Editor’s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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